내용증명부터 시작해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
처음엔 그냥 우체국에 가서 서류 하나 보내면 알아서 해결될 줄 알았다. 빌려준 돈이 애매하게 남아서 속을 썩이던 참이었는데, 주변에서 하도 ‘내용증명이라도 보내봐라’라고들 해서 시작했다. 이게 민사소송까지 가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처음에는 법무사 사무실에 갈까 하다가, 상담비 5만 원, 10만 원씩 내면서 물어보는 것도 솔직히 좀 부담스럽기도 하고, 인터넷에 떠도는 양식 몇 개 조합하면 나도 충분히 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근데 막상 주소지 적고, 채무 내용 상세하게 정리하다 보니 이게 생각보다 보통 일이 아니었다. 내가 기억하는 사실관계랑 법적인 용어로 적어야 하는 문장이 자꾸 겉돌았다.
법무사 상담비용과 현실적인 고민
몇 군데 전화를 돌려봤는데, 역시나 비용이 문제였다. 소액 민사소송 비용을 대략 따져보니 내가 받을 돈보다 들어가는 비용이 더 클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제주도 법무사 사무소 한 곳에 문의했더니 거리도 멀고, 왔다 갔다 하는 차비랑 시간을 생각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변호사 선임은 말할 것도 없다. 뉴스에서 보는 그런 거창한 손해배상 소송도 아니고, 고작 몇백만 원 가지고 변호사를 대동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맞지 않았다. 그냥 나 혼자 끙끙 앓으면서 ‘이걸 정말 소송까지 해야 하나’ 하는 고민만 몇 주째 이어졌다.
답 없는 채무자랑 실랑이하기
상대방한테 연락을 해도 돌아오는 건 항상 똑같은 말뿐이다. “조금만 기다려달라”, “지금 당장은 어렵다”. 이 말을 들은 지가 벌써 1년이 넘었다. 처음엔 정말 사정이 딱해서 기다려줬는데, 이제는 그냥 무시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쁘다. 가압류라도 걸어볼까 해서 찾아보니 이것도 보증보험이나 담보 제공 같은 절차가 있어서 쉽지가 않다. 그냥 돈만 빌려준 게 아니라 내 시간까지 다 갉아먹히는 기분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사람이 다른 사람들한테도 돈을 빌리고 제대로 안 갚아서 이미 여기저기서 독촉을 받는 중이라는 이야기를 건너 건너 들었다. 그때부터는 회수가 문제가 아니라 그냥 ‘엿 먹어봐라’ 하는 심정으로 소송 절차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법원 전자소송의 늪에 빠지다
결국 나홀로 소송을 해보겠다고 전자소송 사이트에 가입했다. 이게 정말 사용자 친화적인 사이트인가 싶을 정도로 복잡하다. 서류 제출 하나 할 때마다 공인인증서 확인하고, 용량 맞추고, 무슨 인지대니 송달료니 하는 것들을 계산해서 결제해야 한다. 낮에 일하다가 짬짬이 들어가서 하는데,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어서 화면만 멍하니 쳐다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다 지쳐서 꺼버리고, 다시 다음 날 들어가서 조금 작성하다 말고. 이런 식의 반복이다. 소송 시작한 지 벌써 3개월이 넘어가는데 아직도 소장 하나 제대로 접수를 못 했다.
정말 이 짓을 계속해야 할까
지금 가장 큰 문제는 내가 소송에 쏟는 내 에너지가 돈보다 더 가치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관련 판례나 사해행위 취소 소송 같은 글들을 읽고 있으면 이게 대체 뭔 짓인가 싶다. 변호사 사무실에서는 상담받을 때마다 ‘증거가 확실하면 승소할 수 있다’고 하는데, 내 입장에선 그 ‘확실한 증거’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소송보다 더 힘들다. 차라리 그냥 포기할까 싶다가도, 상대방이 뻔뻔하게 나오는 걸 보면 다시 오기가 생긴다. 이게 제대로 정리가 되긴 할까.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걷는 기분인데, 막상 끝에 뭐가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오늘도 전자소송 사이트 로그인만 해놓고, 어떻게 할지 결정도 못 한 채로 창을 닫아버렸다.

인터넷 양식 조합으로 직접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하다 보니 생각보다 복잡하네요. 특히 상대방의 뻔뻔함 때문에 더 힘이 드는 것 같아요.
내 시간까지 갉아먹히는 느낌이네요. 비슷한 경험 있어서 그런 상황이 얼마나 답답할지 조금은 상상이 갑니다.
전자소송 사이트가 그렇게 복잡하게 느껴지시는군요. 처음부터 완벽하게 하려고 하면 오히려 더 힘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찬가지로, 제가 얼마 전에 비슷한 경험을 해서 공감했어요. 비용 문제 때문에 포기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