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냥 몇 번 연락하면 줄 줄 알았다
솔직히 처음엔 이럴 줄 몰랐다. 빌려준 돈 백만 원이 사실 큰돈이라면 크고, 작다면 작을 수 있는데 사람 사이에 믿음이라는 게 있으니까 금방 돌려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근데 연락을 피하기 시작하고 메신저도 안 읽기 시작하니까 슬슬 화가 나더라. 이게 금액이 애매하니까 더 골치 아프다. 변호사를 찾아가서 상담을 받자니 수임료가 배보다 배꼽이 더 클 것 같고, 그렇다고 그냥 잊기에는 괘씸해서 잠이 안 왔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소액채권’은 변호사 없이도 나홀로 소송이 가능하다는데, 화면 속의 글자들은 하나같이 어렵게만 보였다.
법률구조공단 문턱 넘기까지의 망설임
무료 법률 상담이 가능하다는 법률구조공단 사이트를 기웃거렸다. 국번 없이 132번이었나, 여기저기 물어봐도 다들 처음엔 쉽다고들 한다. 그런데 막상 내가 겪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상담 예약 시간 잡는 것부터가 일이다. 오전 9시에 맞춰서 들어갔는데도 이미 예약이 다 차 있어서 몇 번을 허탕 쳤다. 결국 전화 연결을 겨우 성공해서 사정을 구구절절 설명했는데, 돌아오는 답변은 생각보다 건조했다. ‘내용증명부터 보내보세요’라는 말. 나는 당장이라도 경찰서에 가서 고소장을 내면 다 해결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형사 고소는 사기죄가 성립되어야 하는데, 그냥 ‘안 갚는 것’과 ‘갚을 의사 없이 빌린 것’을 입증하는 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더라.
우체국 가서 내용증명 보내던 날의 어색함
내용증명이라는 걸 처음 써봤다. 무슨 대단한 법적 효력이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사실은 ‘내가 이만큼 노력했다’는 증거를 남기는 수준이라고 하더라. 양식을 다운받아서 이름을 넣고 내용을 수정하는데 왠지 손이 떨렸다. 문방구에서 편지지 사듯이 출력해서 우체국 창구에 들고 갔다. 창구 직원이 사무적으로 확인하고 도장을 꽝 찍어주는데, 이게 뭐라고 그렇게 긴장이 되던지. 등기 우편으로 보냈으니 이제 상대방이 받겠구나 싶었는데, 며칠 뒤에 ‘폐문부재’로 돌아왔을 때의 그 허탈함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주소지는 맞는데 사람이 없으니 받을 사람이 없는 거다. 사람이 집에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면서 법적인 절차를 밟는 게 이렇게나 소모적인 일인지 몰랐다.
지급명령 신청과 또 다른 기다림
내용증명도 안 통하니 결국 법원에 지급명령 신청을 했다. 이것도 전자소송 사이트에서 직접 입력을 해야 했는데, 서류 준비가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송달료니 인지대니 하면서 대략 5만 원 정도가 들어갔던 것 같다. 적은 돈이라도 아까웠다. 이걸 제출하면 2주 안에 상대방이 이의신청을 안 해야 확정 판결 효과가 난다는데, 상대방이 또 고의적으로 피하면 어쩌나 싶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사건 진행 상황을 조회해봤다. 새로고침을 누를 때마다 올라가는 숫자들. 판결문이 나오면 끝인 줄 알았는데, 그다음은 통장 압류니 뭐니 하는 더 복잡한 단어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하고, 그냥 수업료 냈다고 치고 말까 하는 마음이 매일 오락가락했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머물러있다
사실 지금도 완전히 끝난 게 아니다. 서류는 법원을 오가는데, 정작 상대방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돈을 받기 위해서 시간을 들이는 비용이 더 큰 것 같아서 가끔은 그냥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다. 법이라는 게, 이렇게나 차갑고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건지 예전엔 몰랐다. 누군가 돈 떼이면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면, 이제는 무조건 고소하라는 말 대신 그냥 돈 빌려주지 말라는 말을 먼저 하게 될 것 같다. 이 일이 다 정리되면 속이 시원할 줄 알았는데, 막상 중간쯤 와보니 그냥 이 피로감만 남았다. 조만간 다시 법원에 전화를 한 번 더 해봐야 할 것 같다. 서류가 왜 멈춰 있는지 도통 모르겠으니까.

전화 연결이 힘들었던 경험이 있는데, 상담 시간표를 미리 확인하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소액채권 정보 찾아보니 정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제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어서 그런 부분이 특히 힘들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