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근처에서 뱅뱅 돌았던 오후
며칠 전 서초동 법조타운 근처를 어슬렁거렸다. 법무법인 제이케이라는 곳에 상담 예약이 잡혀 있었는데, 막상 건물 입구에 도착하니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여기저기 검색해보며 변호사 이름들도 훑어보고, 부장판사 출신이라는 김수엽 변호사나 이완석 변호사 같은 분들의 인터뷰 기사도 찾아봤지만 그건 그냥 기사일 뿐이었다. 막상 내가 돈을 내고 내 인생의 골치 아픈 일을 타인에게 털어놔야 한다는 사실이 실감 나니 기분이 묘했다. 건물 로비에 서서 한참을 멍하니 있었던 것 같다. 상담비가 시간당 20만 원에서 30만 원 선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그냥 한번 물어보고 말지’ 싶었는데, 막상 그 공기가 차가운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는 건 다른 문제였다.
예약 시간까지 남은 20분의 긴장감
예약 시간보다 20분 정도 일찍 도착해버렸다. 근처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켜놓고 괜히 핸드폰만 만지작거렸다. 주변을 둘러보니 나처럼 어딘가 초조해 보이는 사람들이 꽤 보였다. 다들 각자의 사연을 안고 여기 모여 있다는 게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어떤 사람은 서류 가방을 꽉 쥐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연신 한숨을 쉬었다. 나도 저들 중 하나겠지. 인터넷에 떠도는 ‘자수하면 기소유예인가’ 같은 글들을 다시 찾아봤다. 법무법인 제이케이의 이완석 변호사가 인터뷰에서 했던 말들도 떠올랐다. 단순 시청자는 괜찮다거나, 혹은 사건화될 가능성이 낮다는 이야기들. 그런데 막상 닥치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내가 당사자가 되면 결국 불안한 건 마찬가지니까.
사무실 문을 열고 마주한 풍경
상담실로 안내받았는데 예상보다 사무실 분위기가 훨씬 조용했다. 드라마에서 보던 것처럼 막 긴박하게 전화기가 울리고 변호사들이 뛰어다니는 모습은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정적이라서 내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릴까 봐 조심스러웠다. 김수엽 변호사님을 직접 뵙고 상황을 설명하는데, 내가 횡설수설하고 있다는 걸 스스로도 느꼈다. 억울한 마음이 앞서서 두서없이 말하는 내 이야기를 변호사님은 묵묵히 받아 적고 있었다. 사실 변호사라고 해서 무조건 내 편을 들어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전문가가 옆에서 ‘이 부분은 이렇고 저 부분은 저렇습니다’라고 정리해주니 묘하게 안심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비용과 현실 사이의 괴리
상담이 끝나고 나오는데 허탈했다. 사실 큰 해결책을 얻은 건 아니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건 기다리는 것뿐입니다’라는 답을 들었을 뿐인데, 그 말을 듣기 위해 꽤 큰 비용을 지불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훅 들어왔다. 물론 그 돈은 내 평온함을 사는 비용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마음이 다시 무거워졌다. 굳이 변호사를 찾아가지 않았어도 됐을까, 아니면 더 빨리 왔어야 했을까. 그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지금은 그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라는 수밖에 없는데, 사람이란 게 참 이상하다. 불안할 때는 뭐라도 해야 안심이 되면서도, 막상 하고 나면 그 행동 자체가 또 다른 불안의 증거가 된 것 같아 찜찜하다.
정리되지 않은 마음으로 돌아오는 길
집에 와서 옷을 갈아입고 나니 상담받기 전보다 기운이 더 빠졌다. 내가 가진 문제들이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상황이 급격히 나아진 것도 아니다. 그저 상담실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곱씹으며 시간을 보낼 뿐이다. 전자소송이니 뭐니 하는 전문적인 용어들이 머릿속에서 맴돌지만, 결국은 내 인생의 한 조각이 누군가에게는 그저 처리해야 할 하나의 사건 기록으로 남겠구나 싶어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다음 주에 한번 더 상담을 받아야 할지, 아니면 이대로 그냥 덮어두고 기다려야 할지 아직 결정을 못 내렸다. 아마 며칠 더 고민하다가 또 서초동 근처를 서성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건 해결을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했는데,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진 것 같네요. 기다리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느낌이 계속 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