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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사무실 문턱이 생각보다 높았던 날

처음으로 변호사 사무실을 기웃거리다

살면서 변호사를 직접 찾아갈 일이 생길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대단한 범죄에 연루된 건 아니고, 그냥 집 문제였다. 전세금을 돌려받는 과정에서 집주인이 갑자기 말을 바꾸기 시작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사람을 엄청나게 지치게 만들더라. 처음에는 인터넷 검색으로 대충 찾아보려고 했다.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이니 ‘사실조회신청서’니 하는 어려운 용어들을 읽다 보니 머리만 더 아파졌다. 결국 지인에게 물어물어 근처 법률 사무소를 예약했다. 상담료가 보통 30분당 10만 원에서 20만 원 정도 한다고 듣긴 했는데, 막상 봉투에 15만 원을 넣어 가려니 손이 좀 떨렸다.

좁은 상담실에서 느낀 거리감

예약 시간보다 10분 일찍 도착했는데, 사무실 안은 묘하게 긴장감이 감돌았다. 서류 더미가 쌓인 책상들 사이로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상담실은 좁았고, 변호사님은 생각보다 젊었다. 내가 겪은 일들을 두서없이 늘어놓는데, 그분은 무표정하게 노트북에 뭔가를 계속 타이핑했다. 내 이야기가 법적으로 어떤 가치가 있는지, 어떤 증거가 부족한지를 짚어주는데, 그 과정이 너무 사무적이라 조금 서운하기도 했다. 사실 나는 공감받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집주인 때문에 밤잠 설치던 날들이 내게는 전부인데, 그분에게는 그저 수많은 사건 중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이 새삼 느껴졌다.

상담료 그 이상의 고민들

상담 시간은 거의 40분 정도 이어졌다. 내용 자체는 알찼다. 당장 내가 해야 할 일, 예를 들어 내용증명을 어떻게 작성하고 어떤 단계로 진행해야 하는지 알려주었다. 15만 원이라는 비용이 아깝지는 않았지만, 막상 돌아오는 길에 든 생각은 ‘이걸 혼자 다 할 수 있을까’였다. 선임 비용을 물어봤을 때 들었던 500만 원대의 숫자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소송이라는 게 돈도 돈인데, 시간과 감정 소모가 너무 크다는 걸 변호사님 표정에서도 읽을 수 있었다. 그분은 무조건 이길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지 않았다. 그 점이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남은 찜찜함

지하철을 타고 집에 오는데, 상담 때 적어둔 메모를 다시 읽어봤다. 글씨가 엉망이었다. 변호사님이 했던 말 중에서 ‘법은 생각보다 느리게 움직인다’는 말이 자꾸 생각났다. 나는 빨리 끝내고 싶어서 안달이 났는데, 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그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거다. 상담을 다녀오면 속이 후련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숙제가 더 늘어난 기분이었다. 소송을 걸지, 아니면 조금 더 기다려볼지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아직도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분명 전문가를 만났는데, 문제는 그대로 내 손에 쥐어져 있다.

여전히 끝나지 않은 문제

며칠째 변호사 사무실 명함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 있다. 연락을 다시 해서 사건을 맡길지, 아니면 나 혼자 버텨볼지 고민이다. 주변에서는 변호사 선임하면 확실히 편하다고 하는데, 그 비용을 감당하면서까지 얻을 이득이 큰 건지 계산기가 두드려진다. 어쩌면 나는 법률적인 조언보다 ‘이 정도면 소송할 만하다’라는 확실한 등 떠밀림을 원했는지도 모른다. 결정을 못 내리고 시간을 보내는 이 순간이 사실 제일 괴롭다. 아마 조만간 다시 한번 전화를 걸게 될 것 같긴 한데, 정말 그게 최선인지 아직도 확신이 안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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