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가볍게 생각했다
며칠 전 검찰항고 관련해서 인터넷에 떠도는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냥 간단하게 절차나 좀 물어보고, 이게 승산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만 확인하면 될 줄 알았다. 솔직히 말하면 돈 들여서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는 것도 좀 부담스럽고, 가서 상담받는다고 뭐가 확 달라질까 싶어서 그냥 전화 법률상담 서비스를 찾은 거다. 30분에 대략 5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였나. 카드 결제를 하고 상담원이랑 연결되기를 기다리는데 괜히 심장이 콩닥거렸다. 내가 겪고 있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흔한 케이스일 수도 있지만, 당사자인 나한테는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아주 큰 문제였으니까.
10분 만에 끝난 통화의 허무함
연결된 변호사는 목소리 톤이 지나치게 차분했다. 내가 겪은 일들을 두서없이 늘어놓으니까 중간중간 말을 끊고 딱 필요한 정보만 묻더라. 어디가 피의자 신분인지, 항고장은 언제 접수했는지, 혹시 담당 검사가 누구인지. 내가 구구절절 억울함을 호소하려 하면 ‘지금 그 부분은 논점이 아닙니다’라고 딱 잘라 말하는데, 순간 기분이 묘했다. 상담료를 냈으니 내 편이 되어줄 줄 알았는데, 이건 뭐 기계적으로 데이터만 입력하는 느낌이랄까. 결국 10분도 안 돼서 통화는 끝났다. 더 물어보고 싶은 게 산더미였는데, 왠지 더 물어봤다가는 추가 상담료를 결제하라는 소리가 나올 것 같아서 입을 다물었다.
직접 찾아가는 게 맞았나 싶고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사무실의 소음이 왠지 모르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서류 넘기는 소리, 다른 사람의 목소리. 나는 방구석에서 컵라면 하나 먹다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전화를 붙들고 있었는데, 저쪽은 아주 일상적인 업무 중 하나라는 게 극명하게 대비됐다. 상담을 마치고 나니 오히려 더 막막해졌다. 확실한 답변을 들은 것도 아니고, 그냥 ‘이런 경우엔 보통 이렇게 하기도 합니다’라는 식의 뻔한 대답만 듣고 7만 원을 날린 기분이다. 시흥에 있는 지인이 아는 변호사를 소개해준다고 했을 때 그냥 거길 갈 걸 그랬나.
접견 변호사 이야기가 나올 때
상담 끝무렵에 부장검사 출신 어쩌고 하는 수임료 이야기를 들었다. 수백만 원 단위의 이야기가 툭툭 튀어나오니까 현실 감각이 사라지더라. 법률대리인을 선임해서 대응하는 게 당연히 결과는 좋겠지만, 당장 그 큰돈을 어디서 구하나. 상담을 끝내고 핸드폰을 멍하니 바라봤다. 화면에는 상담 종료 시간이 떠 있고, 내 고민은 전혀 해결되지 않은 채 그대로인데 왠지 숙제를 하나 마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게 더 화가 났다. 사실 더 큰 문제는 내가 여전히 항고장의 논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론 없는 불안함
결국 법률 상담이라는 게 ‘답’을 주는 게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범위를 정해주는 것뿐이라는 걸 왜 이제야 깨달았을까. 상담받기 전에는 뭔가 뾰족한 수가 있을 거라 기대했나 보다. 지금은 그냥 내가 직접 자료를 정리해서 다시 한번 들여다보고 있다. 물론 검찰청 홈페이지를 봐도 도통 무슨 소린지 모르겠지만, 전화를 다시 건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을 것 같다.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때는 전화 상담 대신 무조건 직접 얼굴 보고 상담하는 곳을 찾아가야겠다는 생각만 든다. 그래도 해결은 안 된 상태다. 여전히 불안하고, 여전히 내 글은 매끄럽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