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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사 사무실 문턱 넘기가 왜 이렇게 어려웠나

동네 법무사 사무실에 전화를 걸기까지

며칠 전부터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일이 있었다. 회사 정관을 좀 손봐야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처음에는 그냥 인터넷에서 서식을 찾아서 대충 고치면 되겠지 싶었다. ‘회사 정관 변경’이라고 검색창에 넣었더니 정말 많은 문서들이 쏟아져 나오더라. 그런데 막상 펼쳐보니 이게 무슨 외계어인지 모르겠다. 발행 주식 총수부터 이사회의 권한까지, 한 줄 읽을 때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예전에 친구가 법률 자문 한번 받는 데 30만 원 정도 쓴다고 했던 말이 기억났다. 괜히 혼자 하다가 나중에 세무 문제라도 엮이면 뒷감당이 안 될 것 같아서, 결국 전문가를 찾아보기로 했다.

전주 어디쯤인가 서성였던 오후

전주 시내 근처에 법률 사무소가 밀집한 곳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무작정 나갔다. 사실 변호사 사무실은 왠지 문을 열고 들어가기가 겁이 났다. 드라마에서 보면 다들 엄청나게 바쁘고 엄격한 표정으로 서류를 검토하니까 말이다. 한 곳에 전화를 해봤는데, 담당자가 지금 회의 중이라며 3시간 뒤에 다시 전화하라고 했다. 기다리는 동안 근처 카페에서 쓴 아메리카노 한 잔이 4,500원이었는데, 커피 맛도 잘 안 느껴졌다. 내가 너무 겁을 먹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단순히 정관 하나 바꾸는 일로 이렇게까지 시간과 돈을 써야 하나 싶은 의구심이 들었다. 주변에서는 그냥 혼자 대충 하라고 하는데, 나중에 등기할 때 문제 생기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다는 말에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공문 한 장의 무게와 압박감

예전에 지인이 공문 하나 잘못 작성했다가 관공서에서 퇴짜를 맞고 일주일을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때 그 사람이 했던 말이 ‘법은 다 알 필요는 없지만, 모르면 몸이 고생한다’였다. 이번에 정관 개정안을 준비하면서 새삼 그 말이 와닿았다. 회사법이나 표시광고법 같은 것들이 내 일상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내 사업의 틀을 짜려고 보니 사소한 문구 하나가 나중에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다시 법무사 사무실을 찾았다. 이번에는 아예 사무실 이름을 적어두고 찾아갔다. 막상 가서 상담을 받는데, 생각보다 상담비가 비싸지는 않았지만, 내가 미리 준비해 간 서류들이 너무 허술해서 민망할 정도였다.

3년 지난 고지서가 주는 당혹감

법무사 사무실에서 기다리면서 옆 테이블을 보니 어떤 분이 3년이나 지난 자동차 의무보험 미가입 문제로 상담을 받고 있었다. 운행도 안 했는데 출석 요구서가 날아왔다며 억울해하는 모습이 남 일 같지 않았다. 세상에는 정말 알 수 없는 법적 문제들이 도처에 깔려 있는 것 같다. 나도 정관 문제 해결하러 왔다가 엉뚱한 고민만 더 늘어난 기분이었다. 왜 법이라는 게 이렇게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걸까. 막상 전문가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니 속은 시원한데, 한편으로는 내 손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무력감도 들었다.

여전히 남은 찜찜한 뒷맛

상담을 마치고 나오는데 서류 봉투 하나가 손에 들려 있었다. 이걸로 정관 개정은 끝난 걸까. 집에 돌아와서 다시 읽어보니 또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생긴다. 수수료를 내고 전문가를 썼으니 법적으로는 깔끔하게 처리되겠지만, 정작 내가 왜 이걸 이렇게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확신은 여전히 희미하다. 어쩌면 법이라는 게 내 삶의 편의를 봐주는 도구라기보다, 그냥 내가 사고를 치지 않게 방어막을 쳐두는 정도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법무사 사무실에서 나오면서 든 생각은, 다음번엔 이런 일이 생기면 좀 더 담담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럴 일은 없었으면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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