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시작된 법적 문제
지난달 일인데, 생각지도 못한 일로 법무법인을 찾아가야 했다. 처음에는 그냥 동네 변호사 사무실에 전화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알아보니 형사 건은 전문 분야가 따로 있다나.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유명하다는 변호사 이름이 줄줄이 나오는데, 어디가 좋은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결국 광고가 너무 많은 곳은 피하고, 그나마 후기가 좀 덜 인위적인 곳으로 무작정 약속을 잡았다. 종로 근처에 있는 사무실이었는데, 지하철역에서 내려서도 꽤 걸어야 했다. 24시간 법률상담이 가능하다는 문구가 크게 적혀 있었지만, 밤에 전화할 일은 없었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
변호사 사무실의 묘한 분위기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대기실에 사람이 꽤 있었다. 다들 표정이 하나같이 어두웠다. 데스크에 계신 분은 사무적으로 서류 몇 장을 건네주며 작성하라고 했다. 내가 처한 상황이 비동의간음죄나 그런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경찰서에서 연락을 받은 것만으로도 식은땀이 났다. 상담비로 대략 20만 원 정도를 냈던 것 같다. 변호사비 전체 금액은 천차만별이라길래 일단은 상담만 받고 결정하기로 했다. 들어가서 상담을 받는데, 변호사는 내 이야기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더니 바로 ‘처벌불원서 양식’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변호사가 내 편이 되어줄 줄 알았는데, 너무 기계적인 답변만 돌아와서 조금 허탈했다.
형사합의서 작성이 생각보다 복잡했다
결국 경찰서에 제출할 형사합의서 양식을 구하는 게 급선무였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무료 양식을 출력해서 썼는데, 이게 과연 법적으로 효력이 있을지 계속 불안했다. 변호사한테 물어보니 대충 수정하면 된다고는 했지만, 문구 하나하나가 나중에 발목을 잡을까 봐 손이 떨렸다. 결국 500만 원 정도를 합의금으로 제시받았는데, 이게 적정한 액수인지도 모르겠고 주변에 물어볼 사람도 없었다. 돈은 돈대로 나가고 마음은 더 찜찜해지는 기분이었다. 구약식으로 처리될 수도 있다는 말에 안도하면서도, 기록에 남는다는 사실 자체가 자꾸 신경 쓰였다.
시간과 비용의 낭비라는 생각
그날 변호사 상담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커피를 샀다. 문득 내가 왜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됐나 싶었다. 유명한 변호사라고 해서 갔는데, 사실 그들은 나처럼 사소한 사건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수임료를 500만 원, 700만 원 부르는데 그 금액이 내 사건의 무게보다 훨씬 크게 느껴졌다. 차라리 그 돈이면 다른 데 투자하지 싶다가도, 형사 사건은 나중에 취업이나 일상에 지장이 갈까 봐 울며 겨자 먹기로 진행해야 했다. 법이라는 게 원래 이렇게 사람을 피 말리게 하는 건지, 아니면 내가 너무 무지한 건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여전히 남아있는 찝찝함
사건은 어찌어찌 마무리 단계로 가고 있지만, 아직도 그때 받은 명함이 서랍 속에 굴러다닌다. 변호사비 영수증을 볼 때마다 돈이 아깝다는 생각과 함께, 다시는 이런 일에 엮이지 말아야겠다는 다짐만 반복한다. 주변에는 해결됐다고 말했지만 사실 제대로 해결된 건지조차 모르겠다. 그냥 서류상으로만 종결된 느낌이다. 나중에 또 비슷한 상황이 생기면 그때는 조금 더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그날 종로 거리의 풍경이나 카페에서 마신 커피 맛은 기억나는데, 상담 내용은 희미한 게 참 이상하다. 어쩌면 그만큼 나에게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간이었나 보다.

500만 원 합의금으로 마음이 찜찜하다는 게 딱 맞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법률적인 문제 해결은 예상보다 훨씬 복잡하고 번거로울 수 있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