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준비 과정
주식 리딩방 사기를 당했다고 알게 된 건 한 달 전쯤이다. 처음엔 그냥 바보같이 당했다는 자괴감에 며칠을 앓았는데, 피해자들이 모인 단톡방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들어갔다. 다들 상황이 비슷했다. 누군가는 수천만 원을 날렸고, 누군가는 대출까지 받아서 넣었다고 했다. 방장이 텔레그램을 탈퇴하고 잠적한 직후라 다들 정신이 없었다. 변호사를 선임하자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이미 돈을 많이 잃은 상태에서 착수금으로 몇백만 원을 더 쓴다는 게 너무 부담스러웠다. 결국 다들 ‘나홀로 소송’을 해보자며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나도 법무부 사이트나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고소장 양식을 찾기 시작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엉망진창인 증거 자료 수집의 현실
법원에 제출할 고소장을 쓰려고 노트북을 켰는데, 막상 뭘 써야 할지 막막했다. 리딩방 운영자가 보냈던 수익 인증 사진들이나 대화 내용들을 캡처해서 정리해야 하는데, 자료가 수백 장이 넘어가니 도무지 정리가 안 됐다. PDF로 변환하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어떤 사람은 강릉 변호사 사무실에 상담을 다녀왔다며 팁을 알려줬는데, 자기는 고소장에 범죄 사실을 육하원칙에 따라 쓰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근데 내가 겪은 건 대화하다가 갑자기 방이 폐쇄된 거라, 이게 사기죄가 성립하는지 아니면 그냥 손실인지 경계가 모호했다. 결국 밤 12시부터 새벽 5시까지 커피 두 잔 마시면서 캡처본을 시간순으로 나열하는 데 시간을 다 썼다. 중간에 몇 번이나 ‘그냥 포기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과연 돌아오긴 할까 싶어서.
단체 소송이 반드시 유리한 건 아니라는 점
단톡방 사람들은 다 같이 고소장을 내면 수사 기관에서도 더 비중 있게 다룰 거라고 믿고 있다. 사실 뉴스에서도 여러 명의 피해자가 모이면 수사력이 집중된다는 이야기를 보긴 했다. 하지만 막상 서류를 준비하다 보니, 개개인의 피해 상황이 다 제각각이었다. 누구는 유료 강의를 결제했고, 누구는 종목 추천비를 냈고, 또 누구는 가짜 앱에 자산을 입금했다. 이걸 하나의 고소장에 다 담으려니 내용이 소설처럼 길어졌다. 중간에 법인 청산 문제나 민사 소송과 형사 고소의 차이점을 검색하다 보니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민사는 실제 손해액이 증빙되어야 하는데, 나는 중간에 조금 수익이 났던 적이 있어서 이 금액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정말 난감했다. 리딩방 사기는 이게 제일 골치 아픈 것 같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수많은 의문들
우여곡절 끝에 고소장 초안은 완성했다. 출력해서 우편으로 보내기만 하면 되는데, 사실 이걸 보낸다고 바로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은 없다. 형사소송법 개정 어쩌고 하는 기사들을 보면 검찰이 수사를 직접 할 수 있는지 없는지도 매번 바뀌는 것 같아서 더 헷갈린다. 주변에 법 좀 아는 사람한테 물어봐도 ‘그거 쉽지 않을 텐데’라는 대답만 돌아온다. 변호사를 선임한 사람들은 우리보다 좀 더 빨리 진행되는 것 같기도 하고, 괜히 나만 어설프게 고소장을 냈다가 나중에 서류 보완하라는 연락만 수십 번 받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벌써 준비하는 데만 3주가 지났다. 돈을 잃었을 때보다, 이렇게 시간 낭비하면서 소송 절차 공부하는 게 더 스트레스다.
마무리되지 않은 채 멈춰버린 준비 단계
결국 고소장은 아직 내 책상 위에 있다. 경찰서에 직접 가서 접수할지, 아니면 전자소송으로 처리할지 아직도 고민 중이다. 전자소송은 처음이라 인터페이스가 너무 복잡해 보여서 손이 잘 안 간다. 강릉에 사는 지인은 그냥 경찰서 민원실에 직접 가는 게 빠르다는데, 우리 동네는 사람이 많아서 예약 없이 가면 반나절은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아마 내일쯤 연차를 쓰고 다녀올까 생각 중이다. 만약 고소장을 내고도 아무 소식이 없으면 어떡하지? 아니면 고소장을 냈는데 오히려 수사관한테 전화 와서 자료가 부족하다고 타박만 듣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니 잠이 잘 안 온다. 분명 피해자인데 왜 내가 이렇게까지 고생해야 하는지, 가끔은 그냥 다 잊고 싶은 마음도 든다. 그래도 막상 낸 돈을 생각하면 포기가 안 된다. 이게 참 사람 미치게 만드는 것 같다.

PDF 변환하느라 진짜 힘들었는데, 시간순으로 정리하는 게 핵심이더라고요. 덕분에 조금 정신이 좀 차렸어요.
캡처본 정리하느라 밤새 무슨짓을 한 건지…
캡처본 정리에 시간 너무 많이 썼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자료 정리하면서 엄청 좌절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