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쯤이었나, 예상치 못한 법적인 문제에 휘말리면서 정말 며칠을 꼬박 날려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냥 동네에서 흔히 일어날 법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내가 당사자가 되니까 세상이 다르게 보이더라. 처음에는 검색창에 이것저것 키워드를 넣어보면서 혼자 해결해 보겠다고 객기를 부렸다. 그런데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라는 게, 어떨 때는 너무 일반적이라 도움이 안 되고, 또 어떨 때는 너무 복잡해서 오히려 불안감만 키우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구상권이나 일사부재리의 원칙 같은 단어들을 마주할 때마다 머릿속이 하얘지는 기분이었다. 결국 답답한 마음에 사무실 근처에 있는 법률 사무소를 찾아가기로 했다.
예약이라는 첫 번째 장벽
솔직히 말하면 법률 사무소에 전화하는 것부터가 큰일이었다. 무슨 대형 로펌은 무슨 대단한 비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 마냥 예약 과정이 까다롭고, 또 상담료는 왜 그렇게 제각각인지 모르겠다. 어떤 곳은 30분에 10만 원을 부르고, 어떤 곳은 아예 수임료를 낼 거 아니면 상담이 어렵다는 뉘앙스로 말을 했다. 결국 이름이 좀 알려진 곳보다는 그냥 후기가 적당히 섞여 있고 접근성이 좋은 곳으로 골랐다. 굳이 대형 로펌까지 갈 사안인가 싶기도 했고, 큰 곳이라고 해서 내 일에 정말 애정을 가지고 달려들 것 같지도 않았으니까. 예약 전화를 걸면서도 내가 지금 여기서 돈을 쓰고 시간을 들여 상담을 받는 게 맞나 하는 의구심이 계속 들었다.
서류 뭉치와 대면 상담의 피로감
상담 당일, 연차까지 쓰고 서류를 잔뜩 챙겨 나갔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면서도 ‘이게 정말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했다. 막상 상담실에 앉으니 담당 변호사가 내 이야기를 듣기는 하는데,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묘했다. 내가 준비해 간 서류는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 데는 큰 도움이 안 됐던 모양이다. 그쪽에서는 오히려 내가 말하지 않은 부분들을 집요하게 물어보는데, 그게 또 나를 공격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상했다. 상담료는 5만 원 정도 냈는데, 사실 그 5만 원이 아까웠다기보다 내가 처한 상황이 너무 무력하게 느껴져서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상대방은 나에게 법률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려 했지만, 나는 내 감정이 먼저 이해받길 원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상담 후 나오는데 비까지 내려서 참 기분이 묘하게 가라앉았다.
소송이라는 단어가 주는 압박감
변호사 사무실을 나와서도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찝찝했다. 상담 중에 ‘소송으로 가면 시간이 꽤 걸릴 겁니다’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실제로 소송이라는 게 영화처럼 금방 끝나는 것도 아니고,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든다는 걸 알게 된 건 그 후의 일이었다. 내가 처한 상황이 정말 소송까지 갈 일인지, 아니면 그냥 좋게 합의하고 끝내는 게 나은 건지, 그 경계를 판단하는 게 제일 어려웠다. 인터넷에서 보는 피해자 보호 명령이나 이런 제도들도 막상 내 상황에 대입해 보면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더라. 결국 전문가라는 사람들에게 돈을 주고 의견을 들어도, 최종적인 선택과 그에 따르는 책임은 결국 내 몫이라는 사실이 제일 무서웠다.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다는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너무 조급하게 행동했던 것 같다. 법률 사무소 상담이 마법처럼 내 문제를 해결해 줄 거라고 믿었던 모양이다. 물론 법적인 지식을 얻은 것은 도움이 되었지만, 그 과정을 겪으면서 사람 마음이 얼마나 쉽게 지치는지도 알게 되었다. 상담 이후에도 며칠 동안은 밤잠을 설치며 고민했다. 결국 소송까지는 가지 않고 지인을 통해 적당한 선에서 합의를 보는 것으로 마무리했는데, 그 과정에서 소모된 에너지와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지금도 머리가 아프다. 전문가는 법적인 판단만 해줄 뿐, 그 사람의 일상까지 지켜주지는 않는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여전히 남은 찝찝함
모든 게 일단락되고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그때 상담받았던 변호사의 말투나 내 서류를 보며 짓던 그 묘한 표정이 가끔 생각난다. 만약 다시 그런 상황이 온다면, 나는 또 바로 변호사를 찾아갈까? 잘 모르겠다. 이번에는 법률 구조 공단 같은 곳을 먼저 알아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그냥 무시하고 살 수 있는 문제라면 그렇게 했을지도 모른다. 법이라는 게 참 가까이 있으면서도 멀고, 필요할 때는 없다가 막상 엮이면 너무나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 그때의 선택이 최선이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저 그런 일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는 마음뿐이다.

상담받고 나서 묘하게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나네요. 처음엔 해결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답답해졌다는 점이 딱 와닿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