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주황색 봉투가 문 앞에 도착했을 때
며칠 전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니 문틈에 주황색 스티커가 붙은 등기 우편이 꽂혀 있었다. 법원에서 온 서류였다. 평생 살면서 법원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런 봉투를 손에 쥐니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사실 예전에 지인에게 빌려준 소액의 돈이 문제였다. 처음엔 그냥 조금 늦어지는 거겠지, 바쁘겠지 생각하며 한 달, 두 달 기다리다가 결국 반년이 지나버렸다. 차용증이라도 제대로 써둘걸, 아니면 처음부터 너무 유하게 대처했나 하는 자책이 밀려왔다.
내용증명부터 시작했던 지난날들
소송까지 갈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선택했던 게 내용증명이었다. 서점이나 인터넷에서 대충 차용증 양식을 다운로드해 채워 넣고, 우체국에 가서 배달증명을 신청했다. 이게 법적인 강제력은 없어도 상대방에게 주는 심리적 압박은 꽤 크다고 해서 시도해 본 것인데, 막상 보내고 나니 그 이후가 더 막막했다. 상대는 연락을 피했고, 나는 매일같이 ‘못받은돈받아주는곳’을 검색하거나 소액민사소송비용이 대체 얼마나 나오는지 알아보는 시간만 늘어갔다. 돈을 받으려다 오히려 돈을 더 쓰게 되는 건 아닌가 싶은 걱정이 컸다.
가압류와 재산조회라는 현실적인 벽
알아보니 소송을 걸어도 돈이 없다고 나오면 그만이라더라. 채무자재산조회를 하려면 또 비용이 든다. 가압류 비용도 만만치 않고, 승소한다고 끝이 아니라는 이야기에 의욕이 확 꺾였다. 법원 서류를 받은 건 결국 내 쪽에서 먼저 행동을 취했다기보다는, 역으로 얽힌 물품 대금 문제 때문이었다. 거래처와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발생한 일인데, 나는 피해를 봤다고 생각하지만 법적인 논리로 들어가면 또 다른 영역인 것 같다. 소멸시효라는 게 있어서 마냥 기다릴 수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정말 머리가 복잡해졌다.
나 홀로 소송이 주는 피로감
변호사를 선임하기엔 금액이 부담스럽고, 혼자 해보자니 항소심 기간까지 고려하면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는 막막함이 앞선다. 평일 낮에 법원 근처를 기웃거리는 내 모습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진이 빠진다. 누군가는 민사소송이 결국 ‘누가 더 버티느냐의 싸움’이라고 하던데, 그 말이 정말 싫다. 법은 공정해야 하는데, 왜 이렇게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일상생활을 마비시키는 걸까. 법률 용어들로 가득 찬 서류 한 장을 펼쳐보는데, 글자는 눈에 들어오지 않고 그냥 한숨만 나왔다.
앞으로 더 해야 할 일들은 산더미
오늘도 퇴근길에 법률 상담소 몇 군데 번호를 저장해두었다. 하지만 정작 전화를 걸지는 못했다. 상담 비용도 시간당으로 계산하면 꽤 나가니까. 지금 내 상황에서는 돈을 받는 것보다 이 분쟁에서 빨리 빠져나오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그런데 법이라는 게 한 번 발을 들이면 참 쉽게 놓아주질 않는다. 다음 주에는 반차를 내고 서류들을 챙겨야 할 것 같은데, 이게 맞는 방향인지 여전히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냥 처음부터 이런 일을 만들지 말걸, 하는 생각만 반복적으로 들 뿐이다. 소송이라는 게 영화에서처럼 드라마틱한 반전이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서류와 싸우고 시간을 버리는 인내심 테스트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반년이나 기다리셨다니, 정말 답답하셨겠어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저도 처음 등기 우편 받았을 때, 뭔가 되짚어보게 되는 그런 기분이었어요. 상황이 복잡해지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져서 overwhelm 되는 것 같아요.
나도 내용증명 보낸 후, 답이 없어지니 답답함이 더 커지는 걸 느꼈어요. 특히 상대방이 무응답으로 계속 회피하는 상황이 얼마나 답답할지 알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