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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계산기만 믿고 달려들었다가 꼬여버린 시간들

처음엔 단순히 계산 문제인 줄 알았다

회사에서 퇴직금을 정산받는데, 뭔가 평소 알고 있던 금액이랑 차이가 꽤 컸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퇴직금 자동 계산기에 연봉이랑 재직 기간을 때려 넣었을 때는 분명히 몇백만 원은 더 나와야 했는데, 회사에서 준 정산서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 찍혀 있었다. 처음엔 그냥 담당자가 실수했겠거니 싶어서 가볍게 메일을 보냈다. 그런데 돌아오는 답변은 꽤나 사무적이었다. 회사가 적용한 산정 방식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식이었다. 그때부터였다. 단순히 금액을 확인하는 차원이 아니라, 이게 정당한 건지 따져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게.

전화 법률 상담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갈증

답답한 마음에 무료 법률 상담 전화를 돌렸다.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곳도 있고, 지자체에서 연결해 주는 노무사 상담도 있었다. 대기 시간은 보통 20분에서 30분 정도였던 것 같다. 통화는 딱 10분 내외로 끝났다. 상담해주시는 분들은 하나같이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이 포함되는지 여부가 핵심’이라고 하셨다. 그런데 막상 내 급여 명세서를 들이밀며 이게 포함되는 항목인지 물어보면, 다들 ‘구체적인 근로계약서와 취업규칙을 봐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셨다. 5만 원, 10만 원씩 내고 유료 상담을 받아볼까 고민도 했지만, 이미 퇴직금 문제로 감정 소모가 커진 상태에서 변호사 선임 비용이나 착수금 이야기를 듣다 보니 덜컥 겁이 났다. 소송까지 가서 이긴다 해도, 변호사비 떼고 나면 남는 게 있을까 싶은 불안감이 항상 뒤를 따라다녔다.

내용증명 한 장 보내는 게 왜 이렇게 무거운지

주변에서는 내용증명부터 보내라고들 했다. 말 그대로 ‘너희가 준 돈이 틀렸으니 다시 계산해서 내놔라’라는 취지의 경고장 같은 건데, 막상 문구를 작성하려고 하니 손이 떨렸다. 법률적인 용어를 섞어서 써야 할지, 아니면 최대한 감정을 빼고 담담하게 적어야 할지 고민이 됐다. 우체국에 가서 등기우편을 부칠 때는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사람처럼 심장이 뛰었다. 그날 점심은 근처 식당에서 8천 원짜리 김치찌개를 먹었는데, 무슨 맛이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내용증명이 회사에 전달됐다는 문자를 받았을 때의 그 기분은 해방감보다는 막막함에 가까웠다. ‘이제 진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구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통상임금 소송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시내버스 기사분들이나 대형 사업장 노동자들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해 몇 년씩 싸운다고 했다. 나처럼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 개인이 붙는 건 정말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말이 딱 맞았다. 법원 판례 검색 사이트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아봐도, 법원은 회사의 상황이나 취업규칙의 해석을 꽤나 넓게 인정해 주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중노위 판정 사례들을 뒤져보면서 느낀 건, 노동자가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과정이 법적으로 얼마나 세밀한 논리를 요구하는지였다. 단순하게 ‘내 상여금은 일할 때 항상 나오는 돈이니까 당연히 임금이지’라고 생각하는 것과, 법원에서 이를 ‘통상임금의 정의’에 부합하게 증명하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차원이었다.

그냥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과 오기 사이

퇴직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이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가끔은 ‘그냥 잊어버리고 사는 게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을까’ 싶다가도, 월급날마다 쪼개지던 내 돈들을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렇다고 변호사를 고용해서 정식으로 소송을 하자니, 1심만 해도 몇 달이 걸릴지 모르고 비용 부담도 상당하다. 결국은 회사가 제안하는 합의안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처음에 생각했던 금액의 절반 정도지만, 이 길고 지루한 싸움을 여기서 멈출 수 있다면 그게 차라리 현명한 걸까. 아직도 정답은 모르겠다. 무엇이 최선인지, 아니면 애초에 이런 상황을 겪지 않기 위해 내가 더 꼼꼼히 살폈어야 하는 건지,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임금 계산기만 믿고 달려들었다가 꼬여버린 시간들”에 대한 4개의 생각

  1. 자동 계산기랑 실제 금액 차이가 이렇게 크게 날 수도 있다니, 충격이네요. 특히, 상담 내용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준다면 좋겠다는 생각이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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