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불송치결정 이후, 정말 여기서 끝내야 할까?

경찰에서 ‘불송치결정’ 통지서를 받았을 때의 그 묘한 안도감과 동시에 느껴지는 불안함,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저도 지인이 억울한 일에 휘말려 몇 달간 마음고생을 하다가 이 문서를 받았을 때, 드디어 끝났다는 생각에 안도했지만 동시에 상대방이 항고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을 설쳤던 기억이 납니다. 많은 이들이 불송치 결정이면 ‘무죄’나 ‘무혐의’가 확정된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조금 다릅니다. 이 단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범하는 공통된 실수는 바로 ‘너무 빨리 긴장을 풀어버리는 것’입니다.

불송치 결정은 수사기관이 사건을 검찰로 넘기지 않겠다는 뜻이지, 사건 자체가 아예 세상에서 증발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상대방이 이의신청을 하거나 항고 절차를 밟으면 사건이 다시 살아나기도 합니다. 제가 본 한 지인은 경찰 단계에서 잘 방어했다고 생각하고 변호사 비용을 아끼려다, 이후 고소인이 보완 수사를 요구하며 자료를 제출하자 대응 타이밍을 놓쳐 곤욕을 치렀습니다. 이 지점이야말로 많은 분들이 착각하는 ‘현실과 이론의 괴리’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결정 직후에도 관련 자료를 최소 6개월은 보관하라고 조언합니다.

대형 로펌이나 전문 변호사를 찾아가 상담받는 것이 가장 확실해 보이지만, 여기에는 반드시 고려해야 할 비용과 효율의 트레이드오픈이 있습니다. 통상적인 상담 비용은 시간당 20만 원에서 50만 원 사이를 오가는데, 상황이 경미하다면 굳이 선임까지 가지 않고 자문만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특가법(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이 적용되는 사안이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죠. 사안이 복잡할수록 전자소송 시스템을 통해 스스로 기록을 확인하고 대응 전략을 짜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다만,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다 보면 감정적인 대응 때문에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르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결국 ‘무대응’이 나은지, ‘공격적인 항고 준비’가 나은지는 사건의 성격에 따라 다릅니다. 솔직히 말해서, 항고를 준비한다고 해서 결과가 뒤집힐 확률이 엄청나게 높은 것도 아닙니다.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상대방을 자극하지 않는 최선의 전략일 때도 있습니다. 저도 이 문제를 고민할 때 ‘내가 너무 과하게 불안해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는데, 실제 상황에서도 이런 불확실함은 끝까지 따라다니더군요. 법이라는 게 참 매정한 게, 명확한 정답보다는 ‘지금 당장 감당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찾는 과정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글은 스스로 법적 다툼의 무게를 짊어진 분들에게 유용합니다. 하지만 사안이 너무 복잡하여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거나, 반의사불벌죄 여부가 불명확한 경우에는 이 일반론적인 관점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무조건 저를 따르기보다, 자신의 사건이 가진 특수성을 먼저 냉정하게 따져보시길 바랍니다. 다음 단계로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사건번호를 가지고 가까운 법률구조공단이나 변호사 사무소를 찾아가 ‘지금 당장 내가 해야 할 최소한의 행동’이 무엇인지 딱 한 가지만 물어보세요. 그게 굳이 비싼 수임료를 내지 않아도 실무적으로 얻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첫걸음일 것입니다. 단, 모든 사건에 변호사의 조력이 정답은 아니라는 점, 그리고 때로는 시간이 해결해 주는 일도 있다는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두시길 바랍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