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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한번 안 가고 해결할 줄 알았던 셀프 민사소송의 피로감

대한민국 법원 전자소송 사이트에서 직접 소장을 작성해 본 첫 단계

아는 사람에게 빌려준 돈 300만 원을 받지 못해 몇 달을 끙끙 앓다가 결국 혼자서 소장을 써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서초동 법원 종합민원실에 직접 방문해서 종이 서류를 제출하는 방식도 생각했는데, 직장인 처지에 평일에 연차를 내고 법원까지 가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다 해결할 수 있다는 대한민국 법원 전자소송 사이트를 이용해 보기로 했다. 직접 법원에 찾아가는 번거로움에 비하면 컴퓨터 앞에 앉아서 클릭 몇 번으로 소송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그나마 낫겠다는 판단이었다.

공인인증서로 로그인하고 소송 유형을 선택한 뒤, 소장 양식에 맞춰 인적 사항과 청구 취지를 적어 내려갔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예시를 짜깁기해서 대충 작성을 마치고 나니 인지대 15,000원과 송달료 60,000원 정도가 청구되었다. 카드 결제 수수료까지 포함해서 약 78,000원 정도를 결제하고 나니 일단 큰 산 하나를 넘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몇 주 정도 지나면 알아서 법원에서 연락이 오고 쉽게 해결될 줄 알았다.

피고의 주소지를 몰라서 주소보정명령서를 들고 주민센터를 찾아갔던 날

문제는 소장을 제출하고 약 2주 정도 지났을 때 발생했다. 전자소송 사이트에서 송달 현황을 조회해 보니 ‘폐문부재’로 송달이 되지 않았다는 기록이 떠 있었다. 상대방이 이사를 갔거나 고의로 법원 우편물을 받지 않는 모양이었다. 며칠 뒤 법원으로부터 주소보정명령서가 날아왔다. 피고의 주민등록등본이나 초본을 발급받아 정확한 주소를 다시 보정하라는 내용이었다.

회사 점심시간에 짬을 내어 법원의 주소보정명령서를 프린트한 뒤 근처 동 주민센터로 향했다. 창구 직원에게 서류를 보여주며 상대방의 주민등록초본 발급을 요청했는데, 프린트 상태가 흐리다며 진짜 법원에서 발급한 문서가 맞는지 꼼꼼하게 대조해 보는 바람에 시간이 꽤 지체되었다. 주민센터 직원의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견디며 겨우 초본을 떼어 보니, 상대방은 이미 몇 달 전에 전혀 모르는 경기도의 어느 빌라로 주소지를 옮겨 둔 상태였다. 주소지 하나 확인하는 데도 이런 소소한 마찰과 대기 시간이 들어갈 줄은 몰랐다.

형사 고소장쓰는법과 민사소송절차 사이에서 겪었던 개념적 혼선

사실 돈을 안 주고 도망갔으니 사기죄로 바로 처벌할 수 있을 줄 알고, 처음에는 포털 사이트에 고소장쓰는법이나 고발장 작성 예시를 수없이 검색해 보았었다. 경찰서에 가서 고소장접수를 하고 오면 경찰이 알아서 돈을 받아다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률 커뮤니티의 글들을 읽다 보니, 단순 채무 불이행은 사기죄 성립이 까다로워 경찰 단계에서 불송치 결정이 나기 십상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만약 불송치 처분이 나면 불송치이의신청을 하느라 아까운 시간만 허비할 것 같았다.

또한 형사 소송으로 넘어가서 피고인이 약식기소 처분을 받거나 재판에서 집행유예, 혹은 건강 문제 등으로 구속집행정지를 받더라도, 그건 나라에서 주는 벌일 뿐 내가 돈을 돌려받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사실도 뒤늦게 깨달았다. 공소시효기간을 따져가며 형사 고소를 진행하는 것보다 결국 내 돈을 실질적으로 돌려받기 위해서는 민사소송절차를 밟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 민사와 형사가 어떻게 다른지조차 제대로 몰랐던 상태에서 검색창만 두드리던 며칠 동안의 기억은 지금 생각해도 머리가 아프다.

특별송달 신청과 송달료 추가 납부로 계속 지출되던 비용들

새로 파악한 경기도 주소로 다시 송달을 요청했으나 이번에도 역시 도달하지 않았다. 낮에는 사람이 없어서 송달이 안 되는 것 같아 결국 집행관이 밤이나 주말에 직접 찾아가는 야간 및 휴일 특별송달을 신청했다. 당연히 공짜가 아니었다. 특별송달을 신청할 때마다 기존에 넣어두었던 송달료가 무서운 속도로 깎여 나갔다.

결국 법원으로부터 송달료 잔액이 부족하니 예납금을 추가로 납부하라는 문자가 왔다. 가상계좌로 51,000원을 추가로 입금하면서, 과연 이 돈을 다 받아낼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강하게 들기 시작했다. 소송비용도 비용이지만 매번 전자소송 사이트에 들어가서 송달 상태를 확인하고, 문자 메시지가 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일상 자체가 꽤나 피로했다. 300만 원이라는 애매한 금액 때문에 일을 크게 벌렸나 싶은 후회가 불쑥불쑥 찾아왔다.

승소 판결문을 받고도 민사집행법에 따른 압류 절차에서 막힌 현재 상황

그렇게 지루한 우편물 송달 전쟁을 치른 끝에, 소송을 시작한 지 거의 5개월 만에 무변론 판결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법원에 한 번도 출석하지 않고 판결문까지 받아 냈으니 겉보기에는 성공한 셀프 소송처럼 보였다. 하지만 진짜 골치 아픈 문제는 판결문을 송달받은 이후에 시작되었다. 판결문은 그저 내가 돈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법적으로 확인해 준 종이 한 장에 불과했다.

상대방이 스스로 돈을 송금하지 않는 이상, 나는 민사집행법에 규정된 온갖 강제집행 절차를 다시 직접 신청해야 한다. 은닉해 둔 재산을 찾아내기 위해 재산조회나 재산명시신청을 해야 하는데, 이 역시 추가 비용과 복잡한 서류 작성이 필요했다. 주거래 은행을 알아내서 압류를 걸려고 해도 은행 한 곳당 수수료가 또 들어가고, 만약 통장에 잔고가 하나도 없다면 그 돈은 고스란히 날리는 셈이었다. 판결문만 받으면 모든 게 끝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돈을 받아내기 위한 더 지루하고 막막한 싸움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니 힘이 탁 풀렸다. 지금도 서랍 속에 들어있는 판결문을 보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할지, 아니면 그냥 비용 손실을 감수하고 포기해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다.

“법원 한번 안 가고 해결할 줄 알았던 셀프 민사소송의 피로감”에 대한 3개의 생각

  1. 주소보정명령서 준비하는 과정에서, 법률적인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얼마나 다양한지 새삼 알게 되네요. 특히 전자소송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상황에 따라 다른 단계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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