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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 공부를 시작해 보겠다고 책을 펴본 것까진 좋았는데

처음 마음먹었던 순간이 왜 그렇게 흐릿한지

솔직히 말하면 무슨 거창한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 집에서 뒹굴거리는 시간이 아까워서 뭐라도 해보자 싶었던 게 시작이었다. 예전에 도서관에서 어깨너머로 본 두꺼운 법전들이 왠지 모르게 지적으로 보였던 기억이 한구석에 박혀 있었나 보다. 서점에 가서 법학 관련 입문서를 몇 권 훑어보다가 독학사법학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이거면 나도 해볼 수 있겠는데?’라는 아주 위험한 자신감이 들었다. 물론 그 자신감은 책을 펴자마자 삼십 분도 안 되어 증발해버렸지만 말이다. 교재비로 대략 십만 원 정도를 지출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돈으로 맛있는 거나 사 먹을 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그래도 이미 주문한 책들은 거실 한구석에 높게 쌓여 있으니 가끔 한 번씩 눈길은 주게 된다.

리트나 행정고시 같은 거창한 꿈은 아니었지만

주변에서는 내가 법 공부를 한다고 하니까 다들 리트 추리논증이나 행정고시 준비라도 하는 줄 알고 물어본다. 그럴 때마다 그냥 취미로 하는 거라고 둘러대는데, 사실 그 질문을 받을 때마다 조금 민망하다. 막상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게 취미로 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걸 금방 깨닫게 되니까. 특히 용어들이 진짜 사람 골치 아프게 만든다. ‘선의’가 착한 마음을 뜻하는 게 아니라는 걸 처음 알았을 때 느꼈던 그 황당함이란. 변호사법이나 실업급여 부정수급 같은 복잡한 사례들을 읽고 있으면 내가 왜 이걸 스스로 사서 고생하고 있나 싶은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가끔은 대학원에서 법학 석사나 박사를 딴 사람들이 대단해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냥 자격증 하나 따서 공인노무사 같은 걸 해볼까 하는 얄팍한 계산도 서곤 한다.

산업기사 자격 요건 따지는 일보다 복잡한 머릿속

법학을 조금 공부하다 보니 다른 자격증 요건들도 기웃거리게 된다. 산업안전기사 같은 걸 따려면 학점은행제로 학점을 채워야 한다는데, 법학 전공으로 학점을 따는 것과 이게 무슨 상관인가 싶다가도 결국 다 서류 싸움이라는 걸 알게 되면 한숨만 나온다. 얼마 전에는 AHP 분석 기법이 뭔지 찾아보다가 포기했다. 법학 공부하다가 갑자기 경영학이나 통계학 쪽으로 튀는 게 다반사다. 이런 식으로 공부하다 보면 남는 게 있기는 할까? 지식의 파편들만 잔뜩 늘어놓고 정작 제대로 아는 건 하나도 없는 기분이다. 책상 앞에 앉아서 집중하는 시간보다 스마트폰으로 관련 커뮤니티 눈팅하는 시간이 더 긴 것 같다.

무신론자로서 바라본 법의 엄격함

문득 든 생각인데, 종교적인 신념이 없는 사람으로서 법이라는 게 참 차갑게 느껴질 때가 있다. 법은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기보다는 정해진 틀 안에 숫자를 대입하는 과정 같다. 장영수 교수 같은 분들이 법학 전문대학원에서 강의할 때 숫자를 언급하며 설명하는 걸 보면, 법이란 게 결국 논리적인 퍼즐을 맞추는 건가 싶다. 내가 공부하는 내용들도 사실은 다 그런 퍼즐들의 연속인데, 가끔은 이게 사람 사는 세상 이야기인지 기계적인 수치 계산인지 헷갈린다. 득표 수 차이가 몇 만 표가 나도 실제로 무효표가 몇 개인지 따지는 그런 논쟁들을 보고 있으면 허탈하기도 하고.

다음 주말에도 똑같은 고민을 할 것 같다

오늘도 한 세 시간 정도 책을 펴놓고 딴짓을 했다. 사실 공부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이다. 그냥 용어 몇 개 외우고, 예전에 뉴스에서 봤던 사건들이 어떻게 법적으로 해석되는지 확인해 보는 정도다. 예전에는 무슨 대단한 지식을 쌓아서 삶의 통찰을 얻겠다고 다짐했지만, 지금은 그냥 읽다가 잠들지 않으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책값이 아까워서라도 꾸준히 보려고는 하는데, 과연 끝까지 할 수 있을지는 정말 모르겠다. 어쩌면 내년 이맘때쯤에는 이 법학 책들을 중고 거래 사이트에 올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일단은 책장 옆에 둬야겠다. 당장 버리기에는 아직 마음의 짐이 남아있으니까.

“법학 공부를 시작해 보겠다고 책을 펴본 것까진 좋았는데”에 대한 3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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