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거리에서 느꼈던 묘한 이질감
며칠 전 서초동 근처를 서성이다가 문득 내가 왜 여기에 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라면 평생 올 일 없을 것 같은 거대한 건물들이 즐비한 곳. 법률 관련해서는 그저 뉴스에서나 보던 일들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내 주변에 사소하지만 골치 아픈 형사 사건이 얽히고 나니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처음에는 로톡 같은 앱을 켜서 변호사를 찾아보기도 했다. 수많은 변호사가 있고 저마다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데, 정작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상담 비용도 천차만별이었다. 어떤 곳은 30분에 10만 원을 부르고, 어떤 곳은 무료 상담이라며 광고를 하지만 막상 연락해보면 선임료 이야기가 먼저 튀어나올 것 같아 쉽게 번호를 누르지 못하고 한참을 망설였다.
상담실 안에서 보낸 40분의 기록
결국 지인에게 소개받은 작은 법률사무소를 찾아갔다. 사무실은 생각보다 더 좁고 서류 더미가 여기저기 쌓여 있었다. 약속 시간에 10분 정도 늦었는데 변호사는 별다른 내색 없이 커피 한 잔을 내주었다. 4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눴을까. 내 입장에서는 억울한 사생활 침해 관련 내용이었는데, 변호사는 감정적인 호소보다는 냉정하게 사실 관계만 짚어줬다. 법률 용어가 섞이니 머릿속이 더 복잡해졌다. 항소심까지 가게 되면 비용이 얼마나 들지, 승소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묻고 싶었지만 막상 입 밖으로 나오지는 않았다. 그냥 지금 당장 이 상황이 빨리 끝났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는데, 변호사는 덤덤하게 판례 몇 가지를 나열하며 생각보다 상황이 복잡할 수도 있다는 말만 남겼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계속 그 상담 내용을 곱씹었다. 영주시 같은 곳에서는 법률홈닥터라는 걸 통해 무료 상담도 해준다던데, 서울 한복판에서는 왜 이렇게 비용부터 고민해야 하는지 씁쓸했다. 변호사를 만나고 돌아오면 뭔가 속이 시원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고민만 더 늘어난 기분이다. 단순히 법률 지식을 얻은 게 아니라,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일의 무게를 직접 확인하고 온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누군가는 변호사를 써서 사이다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영화처럼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이제야 실감한다. 증거를 모으고 진술서를 작성하는 건 결국 내가 해야 할 몫이라는 사실이 새삼 야속하게 느껴졌다.
비용과 시간의 굴레 속에서
변호사 선임 비용이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내가 겪고 있는 일이 정말 그만큼의 돈을 들여서 해결해야 할 문제인지, 아니면 그냥 견디면 되는 일인지 경계가 모호해졌다. 강예원 씨가 상속 문제로 변호사를 만났을 때 느꼈을 막막함이 조금은 이해될 것도 같다. 고인의 채무가 10억이 넘는다는 소식을 듣고 겪었을 그 심정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법의 테두리 안에서 내가 얼마나 작고 무력한 존재인지 확인받는 과정은 누구에게나 고통스러운 법이다. 직장갑질119 같은 곳에서 상담받는 사람들은 얼마나 더 절박한 심정으로 전화기를 붙잡고 있을까 싶어 괜히 마음이 숙연해지기도 했다.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문들
지금도 여전히 어떻게 해야 할지 확신이 없다. 법무사 상담을 한 번 더 받아봐야 할지, 아니면 이쯤에서 그냥 합의를 시도하는 게 나은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법률이라는 게 참 신기하다. 누군가에게는 밥벌이고, 누군가에게는 삶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데, 당사자가 된 사람에게는 그저 매일매일 숨통을 조여오는 거대한 숙제처럼 느껴진다. 만약 다시 선택할 수 있다면 처음부터 이렇게까지 일이 꼬이게 두지 않았을 텐데. 이제 와서 후회해봐야 이미 늦은 일이지만, 사건이 마무리되면 다시는 법원 근처에는 발도 들이지 않겠다는 다짐만 몇 번을 되뇌는지 모른다. 이 답답함이 언제쯤 사라질지, 지금으로서는 알 길이 없다.

글 읽고 보니, 제가 막상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법률 문제 때문에 무력감을 느끼는 건 정말 괴로운 일이죠.
저도 처음 법률가들을 만났을 때, 뉴스에서 보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현실에 비슷한 무게감을 느꼈었어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혼자 해결할 수 있는지, 아니면 그냥 넘어가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