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사무실 문턱이 생각보다 높더라
처음에는 그냥 가족끼리 대화로 해결될 줄 알았다. 아니, 사실 대화라고 할 것도 없었다. 아버지가 남기신 재산이 그리 큰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막상 장례가 끝나고 정리를 시작하니 분위기가 달라졌다. 평소에 말수 적던 형제들이 갑자기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한 거다. 결국 말다툼이 커졌고, 감정싸움이 되다 보니 법적인 절차라는 걸 알아봐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대한법률구조공단 같은 곳을 찾아가 볼까 싶었다. 무료 상담도 된다고 하고, 비용도 저렴하다니까. 근데 막상 전화를 걸어보려니 대기 시간도 길고, 내가 지금 처한 복잡한 감정들을 그 짧은 시간에 다 설명할 자신이 없었다.
서류 떼는 것부터 시작된 막막함
결국 변호사 사무실 몇 군데를 기웃거렸다. 상담료로만 10만 원에서 20만 원 정도를 썼는데, 듣는 말은 거의 비슷했다. 상속분할심판과 기여분을 같이 청구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내가 아버지를 모셨던 기간이나 병원비 정산했던 영수증 같은 걸 다 챙겨야 한다는데, 당장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했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채권양도계약서나 뭐 그런 복잡한 용어들은 봐도 봐도 이해가 안 갔다. 법률 지식이 없는 사람에게는 모든 게 암호 같았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를 선임하면 결과가 다르다느니 하는 말도 들었지만, 그 비용은 솔직히 엄두도 안 났다. 그냥 동네에서 이름 좀 알린 사무실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마저도 내 편이 되어준다는 느낌보다는 사무적인 대화를 이어가는 기분이었다.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의 귀찮음
소송이 시작되면 법원에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을 신청해야 한다고 했다. 상대방이 숨겨둔 재산이 있는지 보겠다는 건데, 이게 생각보다 사람 피를 말린다. 은행마다 일일이 신청을 넣어야 하고, 그 결과가 법원으로 들어오기까지 한참 걸린다. 법원 게시판이나 서류함에 꽂히는 문서들을 보면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나 싶다. 가족이었던 사람들과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자괴감이 들다가도, 또 막상 내 몫을 챙기지 못하면 억울할 것 같아 다시 독해진다. 사실 소송 비용도 문제다. 인지대니 송달료니 하는 것들이 매번 통장을 스치는데, 이게 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느껴진다.
끝나지 않는 소송의 피로감
재판 기일이 잡히면 휴가를 내고 법원에 가야 한다. 평일 낮에 법원 로비를 서성이다 보면 별의별 사람들을 다 만난다. 늙은 노인들이 장기요양보험법 관련해서 울분을 토하는 모습도 보이고, 누군가는 사채 피해 때문에 억울함을 호소하러 왔더라. 다들 각자의 사연으로 여기까지 왔겠지만, 나는 왜 이런 걸로 내 젊은 시절을 낭비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변호사가 작성한 의견서를 읽어봐도 내가 했던 말은 반도 안 담겨 있는 것 같고, 오히려 법리적인 논쟁으로만 치닫는 느낌이다. 사실관계가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내가 겪은 고통의 시간을 겨우 몇 페이지짜리 문서로 갈음한다는 게 맞는 건지 잘 모르겠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마음
이 소송이 끝나면 정말 개운할까. 판결문 하나 받는다고 흩어진 마음들이 다시 봉합될 것 같지는 않다. 이미 돈 문제로 얼굴을 붉히고 서로의 치부를 다 드러낸 마당에 예전처럼 돌아가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소송 비용을 들이고 시간을 쏟아붓는 과정 내내 내가 얻은 건 법적인 권리라기보다, 인간관계의 덧없음에 대한 씁쓸한 확인인 것 같다. 아직 판결까지는 시간이 좀 더 남았지만,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간에 다신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다. 누가 물어본다면 절대 소송까진 가지 말라고 하고 싶다. 근데 그게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었어야 말이지.

정말 답답한 상황이네요. 금융 거래 정보 제출 명령 때문에 시간 낭비도 되고, 정신적으로도 더 힘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