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법인 만들 때 자본금 천만 원이면 충분할 줄 알았다
사업자 등록증이라는 걸 손에 쥐었을 때만 해도 기분은 좋았다. 1천만 원이라는 자본금을 6대 4 비율로 대표인 나와 이사가 나눠서 넣었다. 그때는 그게 아주 깔끔하고 문제없는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거창한 사무실을 차린 건 아니었지만, 당장 필요한 컴퓨터 몇 대랑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비용 정도는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막상 운영을 시작해보니 돈 나갈 곳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파는 일이 아니더라도 소소하게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많다. 특히 세금계산서 발행하고 부가세 신고하고 뭐하고 하다 보면, 통장 잔고가 줄어드는 속도가 생각보다 훨씬 빠르다. 네이버 D2SF에서 에임인텔리전스 같은 곳에 몇십억씩 투자한다는 기사를 볼 때마다 참 남의 나라 이야기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들은 AI 보안이다 뭐다 해서 전략적 투자를 받지만, 당장 우리 같은 초기 팀은 눈앞의 계약금 낼 돈이 없어서 쩔쩔매는 게 현실이니까.
계약금을 내야 하는데 잔고는 왜 부족할까
이번에 꽤 괜찮은 프로젝트가 하나 들어왔는데, 일을 시작하려면 보증금 성격의 계약금을 먼저 입금해야 했다. 그런데 법인 통장 잔고가 그 액수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게 진짜 웃긴 상황이다. 회사는 멀쩡히 돌아가고 있고 매출 발생도 예정되어 있는데, 현금이 없어서 일을 시작 못 하는 꼴이라니.
이런 경험을 한 번 하고 나니 벤처기업협회가 왜 트레이드잇 같은 곳에 수출 지원을 해주는지 조금은 이해가 가더라. 기술력이 있어도 당장 현금이 안 돌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50만 달러 규모의 시드 투자를 받았다는 소식은 사실 나 같은 사람에겐 꿈 같은 이야기지만, 그래도 투자라는 게 단순히 회사를 키우는 도구가 아니라 생존 도구라는 점에서는 완전히 공감한다.
증자를 고민하게 된 밤
결국 증자를 해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사실 투자 유치를 목적으로 한 증자는 아니었다. 그냥 급한 불을 끄기 위해서, 통장에 숫자를 채워 넣기 위한 증자다. 법무사를 끼고 하면 돈이 또 들고, 직접 하려고 서류를 들여다보니 이게 보통 복잡한 게 아니다. 주주총회 의사록은 어떻게 쓰고, 자본금 납입 증명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1천만 원에서 조금 더 불리는 건데도 절차는 왜 이렇게 엄격한지 모르겠다.
주변에서는 그냥 개인 돈을 빌려주는 형식으로 하면 되지 않냐고 묻는데, 나중에 세금 문제 엮일까 봐 영 찜찜하다. 차라리 자본금을 늘려서 깔끔하게 처리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섰다. 그런데 막상 하려고 하니 ‘이게 맞는 방향인가’ 싶은 생각도 든다. 우리 같은 스타트업이 이렇게 사소한 서류 작업에 시간을 뺏기는 게 맞나 싶어서 말이다.
시간과 비용 사이에서 줄타기
증자를 하려면 등기소도 가야 하고, 은행 가서 주금납입보관증명서도 떼어야 한다. 이런 시간이면 차라리 기술 개발에 더 집중하는 게 낫지 않을까. 에이투시스 대표가 투자 유치에 시간을 쓰는 것보다 제품을 증명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한 말이 계속 맴돈다. 그분은 투자 유치라도 원할 때 할 수 있는 레벨인 것 같지만, 나는 당장 내일 나갈 돈 걱정부터 해야 하니까 상황이 많이 다르다.
로컬 크리에이터나 소상공인 정책자금도 기웃거려 봤는데, 이게 서류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한 달이 금방 지나간다. 기술보증재단 문턱이 높다는 건 옛말이라지만, 막상 가서 상담해보면 내가 원하는 만큼의 보증을 받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내가 가진 60퍼센트 지분에서 돈을 더 넣는 게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라는 걸 다시 깨닫는다.
여전히 남아있는 찜찜함
어쨌든 증자 서류는 준비하고 있다. 이게 끝나면 당분간은 숨통이 트이겠지만, 나중에 다시 같은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회사가 성장해서 누군가 투자를 해주면 좋겠지만, 지금의 우리 모습을 보고 투자할 곳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
사업이라는 게 이렇게 매번 아슬아슬한 고비를 넘기는 건지, 아니면 우리가 아직 뭘 몰라서 이렇게 고생하는 건지 확신이 안 선다. 그냥 통장 숫자를 채우고 나면 또 다른 고민이 생기겠지. 일단은 이번 증자 등기라도 제대로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서류를 잘못 써서 다시 수정하라는 연락만 안 왔으면 좋겠다. 오늘 저녁엔 사무실 근처에서 그냥 밥이나 대충 먹고 다시 서류나 봐야겠다.

증자 때문에 계속 고민하시는 모습 보니, 저도 예전에 사업 시작할 때 비슷한 걱정이 많았어요. 특히 자본금 규모가 작을 때 더 그렇죠.
등기소 가고 주금납입보관증명서 받는 게 정말 번거로운 것 같아요. 기술 개발 시간을 뺏기면 더 큰 손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