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렇게까지 된 건지 모르겠다. 술이 문제지, 평소에는 정말 생각도 못 할 일을 저질러버렸다. KTX 역 화장실 근처에서 얼쩡거리다가 철도경찰대에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을 때, 머릿속이 하얘진다는 게 무슨 느낌인지 비로소 알 것 같았다. 10초 정도 들어갔다가 나왔을 뿐인데 그게 영상으로 찍혔고, 피해자가 등장하는 건 1초 남짓이라지만 그게 범죄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막상 닥치고 나니 인터넷에서 ‘카촬죄’니 ‘포렌식’이니 하는 단어들만 계속 검색하게 되더라.
변호사를 선임하기까지의 고민
처음에는 그냥 혼자 가서 사실대로 말하고 선처를 구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주변에 물어보니 다들 하나같이 변호사를 선임하라고 난리였다. 특히 철도경찰대는 일반 경찰서랑 분위기가 좀 다르다며 겁을 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법무법인 몇 군데를 찾아봤다.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상담만 받는데도 20만 원에서 30만 원 정도는 기본으로 나갔고, 수임료는 부르는 게 값 같았다. 유명한 로펌은 상담 예약 잡기도 힘들어서 결국 경찰대 출신 변호사가 있는 곳으로 연락을 했다. 형사 사건을 많이 다뤄봤다는 점이 그나마 마음을 조금 진정시켜줬다.
경찰대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안도감
상담할 때 들은 건데, 요즘은 검찰이나 경찰 출신 변호사들이 로펌에 정말 많다고 하더라. 경찰대 출신 변호사를 찾게 된 건, 아무래도 수사기관의 내부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지 않을까 하는 순진한 기대 때문이었다. 실제로 이승혜 변호사 같은 분들이나 대형 로펌의 전관 출신들 이야기도 뉴스로 많이 봤다. 물론 그런 분들은 수임료가 상상을 초월하겠지만, 나 같은 평범한 직장인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경찰 쪽을 잘 아는 사람’을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쏠리게 되더라. 막상 선임계를 내고 나니 든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해서 이런 거액을 쓰게 된 건가 싶어 허탈했다.
포렌식 참관을 앞두고 느끼는 불안함
사건의 핵심은 결국 핸드폰 포렌식이었다. 변호사님이 포렌식 참관을 가서 데이터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날이 다가올수록 잠이 안 온다. 내 핸드폰 안에 있는 지극히 사적인 대화부터 기록들까지 다 까발려진다는 게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10초 분량의 영상 하나 때문에 내 인생 전체가 검증받는 기분이다. 변호사님은 ‘혐의없음’이나 ‘증거불충분’ 같은 단어들을 언급하며 가능성을 이야기해주시지만, 막상 현장 분위기가 어떤지 모르니 자꾸만 불안한 마음이 앞선다. 포렌식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자료가 나오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고, 철도경찰대라는 관할 기관 자체가 주는 압박감도 있다.
대형 로펌과 현실 사이의 괴리
뉴스를 보면 법무법인 화우 같은 곳에서 전관들을 영입해 형사 대응 역량을 키운다는 기사가 나온다. 그런 기사를 읽고 있으면 내가 지금 하는 대응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써가며 변호사를 선임하는 게 정말로 결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까. 다들 승진이나 라인 이야기가 오가며 경찰대 출신들이 로펌으로 이동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지만, 정작 당사자인 나는 이런 시스템 자체가 거대한 기계처럼 느껴질 뿐이다. 그 기계 속에서 내가 어떤 판결을 받게 될지, 아니면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
아직 끝나지 않은 기다림
이제 곧 참관 일정이 잡힐 텐데, 벌써부터 위경련이 오는 것 같다. 사건 당일 기억이 조각나 있어서 변호사님께도 정확히 무엇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매번 헷갈린다. 1초의 피해 장면이 어떤 법적 무게를 갖게 될지, 그리고 내가 이 일을 통해 겪어야 할 앞으로의 과정들이 얼마나 길게 이어질지 가늠조차 안 된다. 그냥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혹시라도 결과가 나쁘게 나오면 어떻게 하나 하는 공포가 섞여서 매일 밤을 보낸다. 이게 정말로 내가 겪고 있는 일인가 싶으면서도, 화장실 앞에서의 그 짧은 10초가 이렇게나 긴 여운을 남길 줄은 몰랐다.

사진 속 10초가 이렇게 긴 그림자를 드리울 줄은 몰랐네요. 특히 사건 기억이 조각나 더 불안한 마음이 들 것 같아요.
포렌식에 대한 정보 검색하느라 밤새 잠 못 이루고 있었네요. 비슷한 경험이 있으신 분들의 이야기 읽어보니 묘하게 공감이 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