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좀 복잡하게 생각했다. 성범죄 관련해서는 친고죄가 폐지됐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 같아서, 일단 고소를 하고 나면 뭐든 진행이 되겠지 싶었다. 근데 막상 닥치고 보니 그게 다가 아니었다. 내가 겪었던 일은 좀 오래된 일이라 더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처음에는 당연히 가해자가 처벌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뉴스 같은 데서도 보면 피해자가 고소하면 바로 수사가 시작되고 그런 걸 많이 봤으니까. 근데 담당 형사분이 그러시는 거다. 이게 친고죄에 해당해서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하면 사건이 바로 종결된다고. 순간 머리가 띵했다. 분명 친고죄 폐지됐다고 들었는데? 이게 언제 적 법이 적용되는 건지, 아니면 내가 잘못 알고 있었던 건지.
담당 형사분 설명을 들어보니, 범죄가 발생한 시점에 따라 적용되는 법이 다르다고 했다. 그러니까 어떤 범죄는 친고죄가 유지되는 경우도 있고, 어떤 범죄는 비친고죄로 전환돼서 피해자 고소 없이도 수사가 가능하다고. 내가 겪은 일은 이미 10년도 더 된 일이라, 그때 당시에는 친고죄 규정이 적용되던 시점이었던 거다. 그래서 피해자인 내가 고소를 안 하거나, 혹은 고소를 했다가 취하해버리면 사건이 더 이상 진행될 수 없는 거였다.
솔직히 좀 황당했다. 폐지됐다고 생각했던 규정이 아직도 살아 숨 쉬고 있었던 셈이니. 게다가 10년이나 지난 일이라 기억도 가물가물한데, 이걸 또 전부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막막하기도 했다. 그래도 형사분은 최대한 도움 주시려고 노력했다. 고소장 쓰는 법이나 필요한 서류 같은 것도 자세히 알려주시고, 혹시라도 필요하면 여성긴급전화 1366 같은 곳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하셨다. 근데 이미 고소를 취하해버린 상태라… 뭐랄까, 기회가 한번 날아간 느낌이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모욕죄 같은 경우는 아직 친고죄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니까 상대방이 나를 모욕해서 고소하려고 해도, 나중에라도 고소를 취하하면 사건이 바로 끝나버리는 거다. 성범죄의 경우도 내가 겪은 것처럼 오래된 사건이거나 특정 혐의에 따라 친고죄가 적용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괜히 ‘친고죄 폐지’라는 말만 듣고 섣불리 생각했던 것 같다.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내 잘못도 있는 것 같다.
결국 내가 고소를 취하하면서 사건은 그대로 마무리되었다. 찜찜한 기분은 여전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경험을 하고 나니, 법이라는 게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같은 범죄라도 언제 발생했느냐에 따라 적용되는 규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혹시라도 비슷한 상황에 놓이는 분이 있다면, 꼭 미리 법률 전문가랑 상담해보거나 관련 내용을 충분히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나처럼 뒤늦게 알고 당황하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

오래된 사건이라 꼼꼼히 확인 안 해서 그런 것 같아요. 제가 그때 기억이 확실히 안 나서,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는 게 좋았을 뻔했네요.
10년이나 지났다는 게 생각만 해도 믿기지 않네요. 그때 피해자 보호를 위해 고소를 해야 했을 때, 지금은 상황이 너무나 달라져서 오히려 복잡하게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