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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금 액수 때문에 변호사 사무실을 기웃거렸던 날들

사고 직후의 멍한 기분과 보험사의 연락

그날은 정말 운이 없었다. 신호 대기를 하다가 뒤에서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몸이 앞으로 쏠렸다. 1년 전쯤이었나, 퇴근길에 겪었던 그 사고는 지금 생각해도 참 당황스럽다. 차에서 내려보니 상대방 운전자는 나보다 더 당황해 보였고, 경찰을 부르니 마니 하다가 결국 보험사를 불렀다. 보험사 직원이 도착해서는 사진을 몇 장 찍고는 ‘대인 접수 해드릴게요’라며 쿨하게 떠났다. 사실 그때까지는 대인 접수가 무슨 의미인지, 앞으로 어떤 과정이 펼쳐질지 전혀 몰랐다. 그냥 몸이 조금 뻐근하니까 병원에 가서 물리치료나 받고 말겠거니 했다. 그런데 막상 일주일 정도 지나니까 상황이 조금씩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보험사와 줄다리기하던 시간들

몸이 아픈 것도 아픈 건데, 며칠 뒤부터 보험사에서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합의를 하자는 말인데, 처음 제시받은 금액이 내 예상보다 훨씬 낮았다. 나는 치료를 계속 받아야 할 것 같은데, 보험사 직원은 ‘이 정도면 대충 이만큼이 적정 금액입니다’라며 은근히 압박을 가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무슨 후유장해니 위자료니 하는 말들이 나오는데, 보험사 직원은 그런 건 다 생략하고 실무적인 계산식만 들이밀었다. 약 200만 원 남짓한 금액을 불렀던 것 같다. 이걸 받아야 하는지, 아니면 더 버텨야 하는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다. 단순히 돈 몇 푼 더 받겠다고 민사소송을 걸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변호사 사무실 문턱에서 느낀 거리감

결국 고민 끝에 교통사고 전문이라는 곳에 상담 전화를 넣었다. 사무실 분위기는 생각보다 사무적이었다. 내가 상담실에 앉아 ‘이게 과연 소송까지 갈 일인가요?’라고 물었더니, 돌아온 답변은 의외로 담백했다. 변호사는 손해배상 청구를 하려면 사고 당시의 증거와 병원 기록이 확실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보관하고 있던 영수증이나 진단서는 좀 엉망이었다. 택시비 영수증은 잃어버린 게 태반이었고, 병원 기록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상담비로 10만 원을 냈던 것 같은데, 상담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오히려 더 고민이 깊어졌다. 이 사람들은 소송을 권하지만, 소송비용과 시간을 생각하면 나 같은 직장인이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인가 싶었다. 변호사를 선임하면 일이 더 커질 것 같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생겼다.

억울함과 현실 사이의 미묘한 지점

사실 사고 이후에 가장 짜증 났던 건 치료 자체가 아니라, 매번 병원에 갈 때마다 증빙 자료를 챙겨야 하는 내 모습이었다. 내가 피해자인데 왜 이렇게까지 기록에 집착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민사소송 절차를 슬쩍 들여다보니 내용증명을 보내고, 소장을 접수하고, 다시 조정을 거치는 과정이 최소 6개월에서 1년은 걸린다고 했다. 그때 느꼈다. 보험사가 왜 그렇게 뻔뻔하게 낮은 금액을 제시하는지 말이다. 그들도 알고 있는 것이다. 개인이 소송까지 가기엔 너무 번거롭고 지친다는 것을. 나는 결국 소송은 포기했다. 그냥 그들이 처음 제시한 금액에서 아주 조금 더 얹어서 마무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여전히 남은 찜찜함

합의서에 도장을 찍고 나서도 한동안 기분이 이상했다. 이게 정말 맞는 선택이었나 싶기도 하고, 조금만 더 독하게 굴었다면 결과가 달랐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고 현장에서 찍은 사진이나 병원 진단서들을 폴더에 넣어두었는데, 지금 봐도 잘 모르겠다. 이제는 누군가 교통사고가 났다고 하면, 일단 몸부터 챙기라고 말하겠지만 사실 그 뒤에 숨겨진 그 지루한 ‘돈 계산’의 과정은 함부로 말하기 어렵다. 정답이 없는 싸움이라는 걸 알게 된 게 내 유일한 소득이라면 소득이겠다. 지금도 골목길에서 급정거하는 차만 보면 그때 그 통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괜히 안전띠를 한 번 더 당겨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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