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날아온 등기 우편의 당혹감
한 2주 전쯤인가, 가게로 빳빳한 서류 봉투가 하나 날아왔다. 평소에는 구청에서 오는 위생 점검 안내문이나 카드사 수수료 명세서 정도가 전부였는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영 달랐다. 붉은색 도장이 쾅 찍힌 문서였는데, 내용을 읽어봐도 무슨 소리인지 도통 감이 안 잡혔다. 처음에는 그냥 장난인가 싶어서 근처에 식당 하는 형님한테 보여줬더니, 그 형도 표정이 심각해지면서 이거 함부로 넘기면 안 되겠다는 소리를 하더라. 사실 나는 그냥 배수구 공사비용 문제로 윗집이랑 조금 실랑이가 있었을 뿐인데, 이게 무슨 법률적인 문제로 비화될 일인가 싶어 며칠을 끙끙 앓았다.
변호사 사무실을 찾기까지의 고민
결국 혼자서는 해결이 안 될 것 같아서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로톡 같은 데도 들어가 보고 후기도 읽어봤지만, 사실 다들 광고 같고 딱히 믿음이 안 갔다. 그러다 예전에 가게 인테리어 공사할 때 건설양도양수 건으로 잠깐 얼굴 봤던 지인이 소개해 준 변호사 사무실이 생각났다. 강남역 근처에 있는 곳이었는데, 상담비만 해도 30분에 15만 원에서 20만 원 정도 한다는 말을 들으니 선뜻 연락하기가 망설여졌다. 사실 한 달 가게 매출에서 그 돈을 뺀다고 생각하면 정말 뼈아픈 금액이니까. 그래도 나중에 잘못 대응해서 가게 문 닫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겨우 예약 날짜를 잡았다.
예약 후 사무실에서의 기다림과 낯선 공기
약속 시간보다 10분 정도 일찍 도착했는데, 사무실 분위기가 굉장히 차분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좁고, 책상마다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옆에서 변호사님과 다른 의뢰인이 나누는 대화가 들렸다. 저작권 문제인지, 아니면 회사 정관 때문에 다투는 건지 모르겠는데, 말투가 참 건조하고 날카로웠다. 나는 그저 배수구 문제인데 이런 무거운 곳에 와서 상담을 받는 게 맞나 싶어 괜히 멋쩍어지기도 했다. 커피 한 잔을 주시는데 손이 조금 떨려서 잔을 덜그럭거렸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긴장이 되는 건지 모르겠다.
자문이라고 하기엔 너무 짧았던 상담 시간
드디어 방으로 들어가서 그 등기 우편을 보여드렸다. 변호사님은 서류를 훑어보시더니 3분도 안 되어서 대충 내용 파악을 끝내시는 것 같았다. 생각보다 심각한 건 아니라고 하셨다. 내가 걱정했던 ‘내용증명’까지는 아니고, 그냥 상대방이 변호사를 통해 보낸 형식적인 ‘공문’ 형태의 압박이라고 했다. 차용증이나 계약서 작성처럼 거창한 게 아니라, 그냥 이럴 때는 이렇게 답변서를 보내면 된다고 짧게 가이드를 주셨다. 상담은 생각보다 너무 일찍 끝났다. 내가 궁금했던 건 법적 책임의 범위나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장기적인 플랜이었는데, 변호사님은 그냥 ‘이 정도는 직접 하셔도 돼요’라는 식으로 말씀을 마치셨다.
아직 남아있는 찝찝함과 덜 풀린 의문들
상담료를 내고 사무실을 나오는데, 마음이 완전히 편해지지는 않았다. 물론 큰 문제가 아니라는 말을 들어서 다행이긴 하지만, 여전히 찝찝한 구석이 남았다. 내가 직접 답변서를 작성하다가 실수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 정보공개서나 뭐 그런 복잡한 법률 용어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로 그냥 적당히 문장을 만들어 보내는 게 맞는 건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다시 전화를 해서 물어보기도 좀 그렇고, 그냥 인터넷에 있는 비슷한 사례들을 검색하며 문장을 다듬고 있다. 이런 사소한 일까지 일일이 돈을 써가며 전문가를 찾아야 하는 건지, 아니면 내가 너무 유난을 떠는 건지. 아마 다음 주쯤 답변서를 발송할 것 같은데, 그때까지 이 찝찝한 기분이 계속될 것 같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날, 굳이 변호사 선임하기보다는 다른 분께 조언을 구하는 게 더 현실적일 때도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