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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사 사무실에 앉아 있다가 그냥 돌아 나온 날

서류뭉치를 들고 고민만 하던 시간

거창하게 법적 분쟁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상황이었다. 그냥 지인에게 돈을 빌려줬고, 차용증은 썼는데 약속한 날짜가 지나도 감감무소식인 그런 흔한 일이다. 처음에는 그냥 기다리면 되겠지 싶었다. 24시간 법률상담이라는 배너가 여기저기 뜨길래 몇 번 눌러보기도 했지만, 막상 전화를 걸려고 하면 망설여지는 마음이 컸다. 상담 비용도 부담스럽고, 무엇보다 ‘법’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위압감이 나를 자꾸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차용증 쓰는 법을 인터넷으로 찾아보며 나름대로 꼼꼼히 챙겼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돈을 돌려받으려니 내가 쓴 그 종이 쪼가리가 얼마나 힘이 있는 건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무작정 방문해 본 법무사 사무실

결국 답답한 마음에 동네에 있는 법무사 사무실을 찾아갔다. 사실 내 계획은 간단했다. 가처분 신청을 하거나 아니면 소장을 접수하면 바로 끝날 줄 알았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생각보다 정적인 분위기였다. 의뢰인 몇 명이 앉아 있었고, 나는 쭈뼛거리며 상담을 기다렸다. 상담 비용은 대략 5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였던 것 같은데, 금액보다 더 무서웠던 건 내 사건이 너무 사소해 보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건축법이나 토지이용계획확인서 같은 복잡한 용어들이 적힌 서류들이 책상에 쌓여 있는 걸 보니, 내 돈 몇 백만 원을 받겠다고 이런 전문적인 곳에 의뢰하는 게 맞는 건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답변서 양식 앞에 멈춰버린 생각

상담사분이 건네준 답변서 요약표 양식을 받아 들었을 때는 정말 막막했다. 이름, 주소, 청구 원인 등을 적어야 하는데, 막상 쓰려니 손이 떨렸다. 내가 적는 내용 하나하나가 법적인 책임이 따른다고 생각하니 섣불리 펜을 놀리기 어려웠다. 확정일자를 받을 때나 전세 계약할 때 보던 서류들과는 차원이 다른 무게감이 느껴졌다. 법정대리인이나 복잡한 법적 용어들을 읽고 있자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사실 변호사 사무실을 가면 조금 더 수월할까 싶었지만, 소송 비용이 얼마가 나올지 감당이 안 될 것 같아 그냥 서류만 들고 다시 나왔다.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채 그냥 동네 카페로 들어와 커피만 한 잔 마셨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의문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그냥 접수했어도 됐을 텐데 싶기도 하다. 물론 법적인 절차라는 게 혼자서 하기엔 너무 번거롭고, 중간에 서류가 미비해서 보정 명령이라도 떨어지면 스트레스가 상당할 것 같긴 하다. 요즘은 전자소송도 잘 되어 있다고 하지만, 막상 모니터 앞에 앉아 답변서를 작성할 생각을 하면 숨이 턱 막힌다. 소장을 가정법원이나 민사 법원에 제출하는 것까진 유튜브로 배웠는데, 그 이후에 벌어질 변론기일이나 증거 제출 과정에서 내가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아직도 확신이 없다.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같은 거창한 법령까지 들먹이지 않아도, 내 상황 하나 정리하는 게 이렇게나 벅차다니.

며칠째 제자리걸음인 서류들

책상 위에 굴러다니는 서류봉투를 며칠째 그냥 두고 있다. 이걸 접수하면 정말 끝이 나는 걸까, 아니면 더 복잡한 싸움의 시작일까. 횡성군이나 강릉시 같은 곳에서 민선 9기 업무보고를 하듯, 나도 내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공약(?)이라도 실천해야 하는데 생각보다 몸이 안 움직인다. 어차피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뒤로 미루게 된다. 아마 다음 주 중에는 다시 법무사 사무실을 가든, 아니면 용기를 내서 전자소송 사이트에서 아이디를 만들든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소송이라는 게 원래 이렇게 피곤한 일인 건지, 아니면 내가 너무 유난을 떠는 건지 잘 모르겠다.

“법무사 사무실에 앉아 있다가 그냥 돌아 나온 날”에 대한 4개의 생각

  1. 전자소송도 잘 되어 있다고 하지만, 막상 모니터 앞에 앉아 답변서를 작성할 생각을 하면 숨이 턱 막힌다니 정말 공감되네요. 제가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 고통을 잘 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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