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우체국에서 온 등기를 하나 받았다. 살면서 이런 걸 받아본 적이 없어서 처음엔 보이스피싱인가 싶어 손이 떨렸다. 내용인즉슨, 예전에 살던 빌라 윗집 누수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것이었다. 이미 이사를 나온 지 1년이 넘은 시점이라 당황스러움이 앞섰다. 그때만 해도 집주인과 윗집 사이에서 해결된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갑자기 나한테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나오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무작정 변호사 사무실을 기웃거려보다
처음에는 포털 사이트에 ‘누수 피해 보상’이라고 검색해봤다. 소액 민사소송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대충 훑어보는데, 수임료만 해도 수백만 원 단위였다. 내가 지금 당장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었다. 혹시나 해서 창원지방법원 근처에 있는 법률사무소 몇 군데에 전화를 걸어봤다. 실장님들이 전화를 받는데, 다들 상담비가 따로 있다고 했다. 30분 정도 상담하는 데 보통 10만 원에서 20만 원 정도를 부르니 덜컥 겁부터 났다. 변호사 사무실 취업을 준비하던 친구가 생각나서 연락해볼까 하다가, 괜히 사적인 일로 귀찮게 하는 것 같아 그만두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상담의 현실
결국 국번 없이 132번,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전화를 걸었다. 처음에는 연결이 너무 안 돼서 이게 맞는 건가 싶었다. 하루 종일 전화기를 붙들고 있다가 겨우 연결이 됐는데, 상담원분은 생각보다 건조했다. 일반적인 정보만 알려줄 뿐, 내 상황을 다 파악해주지는 못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수많은 민원을 상대하는 곳이니 나 하나하나 붙잡고 길게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 상담 시간 15분이 마치 1분처럼 지나갔고, 돌아오는 대답은 결국 ‘상대방이 소송을 걸면 대응하라’는 뻔한 조언뿐이었다. 그때는 그 대답이 어찌나 무책임하게 느껴지던지.
소송 비용과 현실적인 고민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너무 예민하게 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소액 민사소송이라 해봤자, 내가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나홀로 소송을 준비하면 비용 자체는 생각보다 크게 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서류를 작성하고 법원을 오가는 그 과정 자체가 너무 피곤하다. 평일에 시간을 내서 법원에 가는 것도 직장인 입장에서는 눈치 보이는 일이다. 인구소멸지역에 파견된 법률 전문가들이 민원을 상대해준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는데, 내가 사는 곳 근처에는 그런 지원이 거의 없다는 게 새삼 서럽게 느껴졌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결국 아직 아무것도 해결된 게 없다. 윗집에서는 계속해서 내용증명을 보내며 압박하고 있고, 나는 관련 서류를 박스에 챙겨두기만 했다. 변호사 전화 상담을 몇 번 더 해볼지, 아니면 그냥 상대방이 소송을 걸 때까지 기다려볼지 결정하지 못했다. 소송이 들어오면 분묘기지권이나 폭행죄 같은 복잡한 판례를 찾아봐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이 오지 않는다. 어제는 새벽 2시까지 관련 판례를 뒤지다가 결국 컴퓨터를 껐다. 아는 게 없으니 더 불안한 것 같다. 그냥 그때 누수 수리를 제대로 하자고 집주인을 더 조를걸, 하는 후회만 남는다. 막상 문제가 터지고 나니 법이라는 게 이렇게나 가까우면서도 멀게 느껴진다. 내일은 우체국에 들러 서류를 좀 더 떼어와야겠다. 정말 이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스트레스 잘 알아요. 법률사무소 상담비 때문에 고민하시는 것처럼, 제가 찾아보니 무료 상담을 해주는 곳도 있더라구요.